우리 집에는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상의 생명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한 생명체는 지구상의 생물인 개의 품종 중 닥스훈트의 뭉툭한 주둥아리와 리트리버의 처진 귀를 섞은 듯한 머리, 핫도그를 연상케 하는 긴 몸통, 이와 상반된 굵지만 아주 짧은 다리, 그리고 긴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온몸에는 흰색과 황갈색 털이 고르게 나 있다. 또한, 지구 자원, 그중에서도 특히 아미노산들이 펩티드 결합으로 연결된 분자로 이루어진 물체, 즉 고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편의상 이 생명체를 생명체 A라 부르겠다.) 다른 생명체는 생명체 A와 마찬가지로 닥스훈트와 리트리버를 섞은 머리, 긴 몸통, 짧은 다리, 긴 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생명체 A와 다른 점은 보다 크기가 작고 검은색과 황갈색 털이 불규칙적으로 나 있으며 겁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편의상 이를 생명체 B라 부르겠다.)


   이들의 일과를 보자면 오전 10시에 일어나 오후 11시에 수면을 취한다. 그 사이에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라고는 음식물 섭취 및 소화, 배변 활동이 전부다. 비정기적으로는 가끔 문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척하며 짖는 행위를 한다. 우리 가족이 한 층당 두 가구가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벨 소리, 떠드는 소리 등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경우는 옆집이 왕래하거나,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왔거나 하는 경우이다. 열에 아홉은 옆집이 왕래하는 경우여서 문밖의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짖으면서 우리 가족에게 “내가 너희를 지켜주고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개의 행동이다”라고 믿게끔 한다.

  

   하지만, 가끔 손님이 오는 경우에는 이상한 소리의 원천이 실제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예상치 못했다는 듯, 몇 초 전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리를 숙이며 부리나케 도망간다. 그래도 생명체 A는 자존심은 있는지 가족들 뒤에서 앙증맞은 얼굴만 빼꼼 내밀고는 전보다는 작은 소리로 짖는다. 생명체 B는 더 심하다. 침실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가 손님이 집에서 나갈 때까지 이불밖에 나오질 않는다. 지구상의 ‘개’라는 동물은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의 목숨을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하는 데, 위의 상황만 봐도 이 두 생명체는 개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이 생명체들은 그들의 행동으로 자신들이 개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경범죄로 처벌받았을 만한 행위들을 한다. 우리 집안, 우리 가족 내에서는 개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면책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집안 곳곳 배설물 및 털 뭉치를 투기하고(경범죄 처벌법 제3조 1항 11호 쓰레기 등 투기), 집안 관상용 식물의 이파리, 꽃을 다 뜯어 먹으며(제3조 1항 15호 자연훼손), 가족들과 점심, 저녁 식사 시에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눈빛으로 우리 가족의 양식을 달라고 애원하며(18호 구걸행위 등), 침대에 허락 없이 올라오고 개 사료나 개 간식을 정당한 대가 없이 자기 것인 양 먹는다(39호 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또한, 심심하면 가족들이 청소를 하든,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놀아달라고 이리저리 방구석을 뛰어다닌다(제3조 2항 3호 업무방해). 마지막으로 과도한 노출은 말할 것도 없다(1항 33호 과다노출). 이러한 경범죄가 단순히 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니, 자기가 개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면책되며 이 두 생명체는 법을 조롱하며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호랑이에게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치타에게는 날렵한 몸놀림이, 카멜레온에게는 위장의 기술이 있는 것처럼 몇몇 포유류나 대부분의 포유류 새끼에게는 귀여움이라는 생존 수단이 있다고 한다. 이 두 생명체는 귀여움이라는 무기를 악랄하게 이용한다. 이러한 귀여움 때문에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들은 이 생명체를 개라고 생각하며 속고 있다. 가족들은 생명체 A를 “순돌이”, 생명체 B를 “초롱이”라고 부르면서 애정을 주고, 보살펴주고, 산책도 시켜주고, 배설물도 치워주며, 먹을 것도 꼬박꼬박 챙겨준다. 이 생명체들이 내가 집에 올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산책하기 전에 기쁘다면서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고, 가끔 먹을 것 달라고 애교를 떠는 것을 보면 나도 가끔 이들이 개가 아닐까 착각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집에 없는 동안 이곳저곳에 자신의 배설물을 투척하고, 우리 가족이 비축해둔 식량을 약탈하고, 내가 아끼는 물건들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잘근잘근 씹어먹은 것을 보면, 인간에게 친숙하고 충성심이 강한 동물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 생명체들과 2년 동안 살면서 나는 그들과 공존을 위해 암묵적으로 타협하면서 살아왔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하루에 한 번 산책을 시켜주는 대신 밤에 요란하게 짖지 않기, 매일매일 먹을 것을 제공하는 대신 가족들이 외로울 때 항상 옆에 있어주기, 집안의 배설물을 치워주는 대신 가족들이 오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기, 개가 아니라는 비밀을 지켜주는 대신 내가 기분이 안 좋은 날에 재롱을 떨며 위로해주기 등이 있다. 이것이 나와 두 생명체 간의 공존 방법이다. 나와 이 정체 모를 생명체들은 이렇게 타협안을 마련하고 고수하며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타협안들이 지켜져 왔지만, 이러한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나는 항상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이 두 생명체가 외계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우리 집에 상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실체를 파헤칠 때까지 나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본 게시물은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상업적 용도의 사용, 무단전제, 불법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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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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